‘주 1회 의무화’ PCR 검사 받으려 왕복 두 시간 걸리는 보건소 찾아 “저녁까지 결과 나와야 월요일 출근”
요양병원과 달리 자체 검취 어려워 “업무시간 인정·파견 검사 도입을”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대기자의 모습
7일 오전 9시10분 서울 광진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일요일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50명이 넘는 인원이 선별진료소 앞에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1도였는데, 대기 장소에 세워진 임시 벽은 찬 바람과 응달의 한기를 막기엔 부족해 보였다. 이 대기자들 중에 요양보호사나 돌봄노동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21일부터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노인요양시설과 재가노인복지시설, 정신요양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에서 일하는 모든 종사자에게 주 1회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 이들은 매주 이렇게 쉬는 날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끼고 외투 지퍼를 목까지 바투 올린 채 “30분 동안 줄을 서고 있다”고 말한 요양보호사 ㄱ(64)씨는 집에서 광진구 보건소까지 대중교통으로 꼬박 50분이 걸린다고 했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더 가까운 보건소가 있지만, ㄱ씨가 굳이 광진구 보건소를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요양시설 동료들 사이에 광진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루 안으로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어 월요일 출근에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여기서 일요일 아침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 당일 저녁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알려줬어요. 다른 선별진료소는 당일에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없어서 여기로 옵니다.”
ㄱ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두달 넘게 매주 일요일 아침, 늦어도 오전 10시 전에 이곳에 와서 진단검사를 받는다. 평일엔 근무 때문에 오후 6시까지인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 요양시설은 토요일 근무가 잦기 때문에 토요일에 일하면 평일 하루를 쉬게 해주지만, 진단검사량이 많은 평일에는 당일에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결국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수 있는 날은 진단검사량이 적은 일요일 하루뿐이다. 결과가 나오는 저녁 8시쯤까지 집에서 격리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주일에 두번 쉬는데 그중 하루는 꼬박 진단검사로 날리는 셈이다.
지난해 말 3차 유행으로 요양 병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방역당국이 당시 2주에 한번이었던 선제검사 주기를 주 1회로 단축한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 인력이 있어 자체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는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 등 다른 시설에서는 종사자들이 직접 보건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 등이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ㄱ씨는 “혹시라도 나 때문에 어르신들이 잘못될까 봐 무서워 검사는 꼬박꼬박 받지만, 일요일 낮에 집 앞 공원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주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은 업무 특성상 노인과 접촉이 많다고 판단해서일 텐데, 그렇다면 당연히 검사를 받는 과정도 업무로 인정해야 한다. 업무 시간 안에 검사받을 시간을 보장하고, 자체 인력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방문간호사라도 파견해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