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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지원자가 없어요”… ‘간병인 난’ 요양병원의 ‘한숨’

  • 민영수
  • 2021-01-13
  • 조회수 565

코로나 이후 인력 모집 더 힘들어져
간병인, 3D업종 인식 대부분 기피
중국 동포들마저도 점점 발길 끊겨
 
요양병원 절반 이상 용역업체 수급
간병인 1명당 평균 환자 8명씩 맡아
열악한 곳은 수십 명 맡아 돌보기도
 
정부 간병서비스 논의 10년째 제자리
보고서 내고도 예산 등 이유로 방치
“국가가 나서서 개선안 마련 나서야”
 


 

“정부에서 돌봄 인력 수급 힘들다고 하는데 요양병원은 더 힘들어요. 아예 지원자가 없어요.”

서울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필요한 간병인을 모집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중증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서는 환자들을 돌볼 간병인이 필수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다. A원장은 “요양병원 간병인은 대표적인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으로 인식돼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안 하려고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중국 동포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의 한 요양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 요양병원은 간병인 80%가량이 중국 동포들로 요양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일부는 한글이 서툴러 대화를 나누기조차 힘들지만 대체 인력이 없는 까닭에 병원에선 ‘귀한 존재’로 통한다. 의사 B씨는 “그동안 간병 서비스 인력이 늘 부족해 왔으나 이번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 간병인들이 국내로 못 들어와 인력난이 특히 심하다”며 “국내에서는 간병인을 외주, 용역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간병인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병’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제도권 밖

22일 요양병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중증환자나 장애인 환자를 돌볼 간병인력이 부족해 환자와 병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들을 돌볼 간병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선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열악한 간병인 제도를 손보지 않고 그동안 용역·비정규직 형태로 방치해온 것이 이번 간병인 부족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병 서비스는 꾸준한 고령화 시대와 감염병 유행 등으로 늘고 있는 고령 및 중증환자 등을 돌보는 데 필수다. 하지만 의료시설 현장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임금·처우 수준 등으로 간병인·요양보호사를 업으로 선택하는 내국인이 점차 늘고 있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간병인은 주로 △환자의 체위 변경 △개인 위생상태 관리 △식사 보조 △운동 보조 △침상 정돈 △검사실 이동 등의 업무를 맡는다. 환자의 혈압, 맥박, 체온 등을 보며 증상과 증후를 점검하는 간호사와는 별개 역할이다. 병원에서 간병 인력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보호자나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들을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증 고령 환자나 장애인 등 간병 서비스의 중요성이 늘자 국내 요양병원 수는 2015년 1372곳에서 지난해 1577곳으로 14.9% 늘었다.

하지만 간병인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간병은 의료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은 물론 병원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병원 관계자들은 암암리에 환자 보호자에게 민간의 간병인을 알선해주는 형태로 간병이 이뤄지고 있다. 요양병원은 한 병실의 환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간병인을 고용하는 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보호자들의 간병비를 절약하기 위해 한 간병인이 20개 병상을 관리하는 병원이 있을 정도”라며 “간병인이 제도화되지 않아 1인당 맡아야 할 병상 수도 정해진 게 없고 간병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간병인 절반 이상이 용역… “한 사람이 수십 명 맡기도”

간병인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2016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서 15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인력 운영현황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병원이 직접 간병인을 채용한 경우는 32.9%에 불과했다. 요양병원 53.8%는 용역업체 알선으로 간병인을 수급하고 있다. 간병은 의료비로 잡히지 않아 병원이 환자에게 간병 비용을 따로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1명이 맡고 있는 평균 환자 수는 8명이다.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가 입소자 2.5명당 1명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간병인 한 명이 환자 8명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2014년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 1명이 30여명의 환자를 관리하다 한 치매환자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환자 등 21명이 사망했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요양병원의 이 같은 간병구조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해 11월22일∼12월9일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집단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종사자, 간병인으로부터 전파된 사례가 73%에 달했다. 한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국내 간병인들은 혼자 여러 명을 관리하는 요양병원에 가려 하지 않는다”며 “나이 든 분들과 중국 동포들만 간혹 요양병원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째 멈춰 있는 간병 서비스의 제도화 논의

정부의 간병서비스 제도화 논의는 10년째 멈춰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가 “국내 간병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제도화 연구에 나서 이듬해 보고서를 내놨으나 예산 등의 이유로 이후 제도 개선 진척은 없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대신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일반 병원에 도입됐지만 간호사들이 간병 업무 맡기를 기피해 그 대상이 경증환자에 머물고 있다. 간병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간병인 관리를 사실상 국가가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정부는 간호간병서비스를 간병인 부족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간호사의 업무부담 증가와 수가 문제 등으로 병원 측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결국 간병 서비스가 제대로 안착되려면 간병 수가 현실화나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성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도 “간병인의 근무조건과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간병에 대한 질 높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원 아니라고… 코로나 검사까지 자비 부담”

“우리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나요? 병원은 정식 직원이 아니라고 검사도 안 시켜요.”

경북 일대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는 윤모(66)씨는 2주에 한 번 보건소를 향한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병원 측은 간병을 위해 병원에 들를 때마다 진단검사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사 등 다른 병원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무료로 검사를 받지만 용역 형태로 고용되는 간병인은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진행하기 전까지 11만원가량의 검사료를 직접 부담해야 했다.

한번은 병원 측에 “검사를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받으면 안 되느냐”고 물어봤지만 “정식 직원이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씨는 검사비 및 처방전도 부담이지만 2주에 한 번씩 콧속 안 깊숙이 면봉을 집어넣는 검사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럽다고 했다. 윤씨는 “병원 간호사들과 같이 일한 지 수년째인데 코로나 사태 들어 용역으로서 차별을 특히 느끼고 있다”며 “조금 더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간병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간병인은 용역업체를 통해 환자 보호자들에게 고용된다. 병원에 직고용된 형태가 아닌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간병인들이 수두룩하다. 간병인들은 이런 구조가 간병인들이 업계를 떠나는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이모(67)씨는 간호사 일까지 간병인이 떠맡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는 “우리는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데 병원이 간호사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가래를 뽑는 ‘석션’을 우리에게 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병원에 밉보이면 안 되니 하라면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간병인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힘이 없어 누워있는 환자를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간호사에게 좀 도와달라고 하면 ‘그런 건 배워서 와야죠’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며 “그런 소리를 들으면 힘이 쭉 빠져버린다”고 말했다.

혹시나 간병인이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게 되면 그 부담은 오롯이 간병인 책임이 된다. 이씨는 “지난달 16일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다”며 “갑자기 병원에서 집에 가라고 했는데 (자가격리) 2주 동안 우리는 돈벌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음성’ 결과가 찍힌 진단 검사 결과를 들고 병원 총무과에 찾아가 “보상이 없느냐”고 물어봤으나 역시 “정식 직원이 아니지 않으냐”는 얘기만 들었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도 남의 얘기다. 한 간병인 협회 관계자는 “간병인은 보호자에게 직접 고용되는데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일도 허다하다”고 실상을 설명했다. 초보 간병인들은 한 달을 채 견디지 못하고 일을 관두는 경우가 많다. 이 간병인 협회는 200여명의 간병인 중 가장 어린 간병인 나이가 55세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만 간병인 30여명이 근무 도중 안 나오고 있다”며 “아들딸이 있는 분들은 가족들이 코로나19가 유행하니까 일 나가지 말라고 말리고 있고 병원이나 요양병원이 코로나19 위험·취약시설이다 보니 새로 지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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