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른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 비해 한국에선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특히 문제다. 요양병원은 감염에는 취약하고 치료는 어려운 고령층이 밀집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 노인을 감염병 대유행의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실로 고약하다.
1차적으로는 요양병원의 집단감염에 대한 정부의 대응 체계 마련이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 현재 요양병원 체계는 코로나19 대응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초고령 사회의 노인 보건 체계로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런 체계하에선 요양병원은 국민 보건의 가장 심각한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선 수요에 비해 요양병원 공급이 너무 많다. 요양병원 병상 수는 최근 10년 동안 무려 3배가량 증가했다. 일반 병원은 병상 수가 감소했지만 요양병원만 유독 연평균 11.7% 늘어났다. 노인 인구 연평균 증가율 4.3%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과도한 병상 수의 증가는 결국 불필요한 입원을 초래한다. 병상이 남다 보니 일부 요양병원은 환자를 유인하거나 장기 입원을 조장한다. 그 결과 의료적 필요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 현상이 만연한다.
게다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요양병원들이 난립하고 있다. 비좁은 시설에 비인가 병상까지 들여놓고 최소한의 인력 기준을 충족하기에 급급한 부실 요양병원들에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다. 일상적인 진료 제공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요양병원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로 분절돼 노인 중심의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공급 체계도 큰 문제다. 요양병원에 의료 서비스가 필요 없는 노인이 다수 입원해 의료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경증 노인 환자를 비용효과적으로 보살필 수 있어 선진국엔 보편적인 너싱홈 시설이 우리나라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감염병 대유행과 초고령 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우선은 감염병 관리 등 환자 안전과 양질의 의료 제공을 위해 간병 인력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등 필수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요양병원에 대한 엄격한 규제 관리와 퇴출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요양병원의 난립을 막고 병상 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 또한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적정 수의 요양병상 총량을 정하고, 병상 부족이 입증된 지역에 한해 증설이 허용되도록 병상총량제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비용효과적 노인 의료 서비스 공급자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시설 수용에서 탈피해 노인들이 최대한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혁신적 노인 보건 서비스 체계를 꾸리는 일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공급자의 이해관계에 얽혀 혁신적 공급자의 도입이 무산돼 온 보건 분야의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