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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신세 지기 싫다고 요양병원 홀로 가신 장모님

  • 민영수
  • 2020-02-28
  • 조회수 563

양필선(1936∼2019) 

 


 

지난 설 명절 진주 고향 집으로 가던 길에 도로변 눈에 들어온 요양병원을 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장모님이 8년간 입원해 요양하던 곳이었기에 그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지난해 겨울, 장모님은 이 세상의 모든 기억과 추억을 뒤로하고 소천하셨습니다. 이제는 찾아가도 뵐 수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과 지난 기억들로 마음 한쪽이 텅 빈 것 같고 또 한편으로 잘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장모님은 일찍 장인어른과 사별하고 홀로 5남매를 어렵게 키우셨습니다. 막내까지 모두 출가시키고, 건강이 나빠지시자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기 싫다고 하시며, 거의 막무가내로 요양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평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고 남의 신세를 지기 싫어하는 심성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주위에 말동무도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 한 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는 것이 느껴져 집으로 모시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사위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한지 끝내 거절하셨지요. 생전에 한 번도 인천 딸 집을 방문하지 않으셨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때 저희 집으로 모시는 걸 좀 더 강하게 추진하지 못했는지 큰 아쉬움과 후회가 남습니다.

해가 갈수록 걸음도 힘들어져 거의 침상에서 생활하셨고, 치매도 있어 사람도 잘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병문안을 갔을 때 간간이 뭔가를 말하려는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장모님께 왜 좀 더 다정하게 얘기하며,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는지 회한이 남습니다.

지난 사십구재 마지막 날 장모님을 보내드릴 때 저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장모님의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베풂을 잊지 않고 저 또한 그런 삶을 살아가겠다고요.

장모님, 이제 이곳의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시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셨으면 합니다. 인자한 미소로 ‘석 서방 왔는가’하는 그 소리가 많이 그립습니다.

사위 석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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