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요양원 직원들이 노출된 곳에서 노인 환자의 기저귀를 교체하고 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공업용 테이프로 결박한 정황 등이 드러나 해당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 요양원 내 노인 환자의 인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어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 강서구청은 강서구 A요양원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노인 환자의 인권이 침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달 말 강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2일 밝혔다.
강서구청 수차례 현장조사 결과
결박 정황 확인 ‘노인 학대’ 판단
노인 인권보호대책 강화 시급
‘재발 방지’ 처벌수위도 높여야
강서구청에 따르면 부산시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9월부터 여러 차례 현장 조사를 벌여 A요양원 직원이 칸막이나 가림막을 치지 않은 채 환자 기저귀를 교체했다고 판단했다. 가족 등 보호자 동의 없이 휠체어에 공업용 테이프로 치매 노인을 결박하고, 노인들에게 폭언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A요양원은 치매, 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 등이 입소할 수 있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이다.
일각에서는 치매 노인 환자의 치료나 보호 과정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A요양원 직원들의 행위는 노인복지법과 노인인권보호지침에 어긋나는 ‘노인 학대’로 판단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인천지법은 인천 서구의 한 요양병원 복도에서 80대 여성 치매 노인의 기저귀를 교체한 요양보호사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 유예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기저귀 교체가 노인복지법상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와 안전관리지침’에는 노인을 억제대 등을 이용해 묶는 행위가 기본적으로 금지돼 있다. 긴급 상황에는 일시적 신체 제한이 가능하나 가족 등 보호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부산의 다른 요양원 원장은 “칸막이나 가림막을 이용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기관 차원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부득이하게 환자를 고정할 경우 원장 보고와 보호자 동의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부드러운 재질이 아닌 공업용 테이프를 사용한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노인 인권 보호 대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행정 조치를 뛰어넘는 처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춘 인력을 적정하게 배치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요양원 원장은 "평소에 기저귀를 갈 때는 칸막이를 하는데 점검을 나온 날에 실수가 있었다"며 "장갑을 물어뜯는 환자가 있어 테이프로 손을 고정한 적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폭언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소 강한 억양으로 말한 종사자 1명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9~10월 관련 행위가 이뤄졌다는 신고가 있어 A 요양원의 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