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가 노인 복지시설 등을 연결고리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있따라 발생하면서 요양병원 근무약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피로도 또한 누적되고 있다.
23일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A약사는 데일리팜과 통화에서 "코로나19가 예상치 않게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사실상 자가격리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소재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인 강서 중앙데이케어센터 누적 환진자는 총 20명으로 늘었다. 이에 앞서 경기 시흥시 서울대효요양병원에서는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서울지역 첫 요양시설 집단감염인 도봉구 성심데이케어센터 관련 확진자는 발생 한 달 만에 45명으로 늘었다. 이중 사망자는 8명이나 된다.
노인 복지시설,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연속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확산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이들 기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만 100여명이 넘는데다 대부분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감염경로 현황
많은 요양병원이 면회를 금지하고 입원 전 코로나19 사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코로나19 검사 시행 후 음성 판정이 나온 경우에만 업무를 하도록 고강도 예방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복약지도 창구를 비닐칸막이로 씌워 직원과 환자 간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요양병원 근무약사들 또한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약사들 스스로 병원 내·외부 생활을 자가격리 수준으로 준수하고 있다. 병원 밖에서 감염돼 원내로 전파,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A약사는 "지금도 코호트 격리에 준해 집과 병원만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집에서도 가족들과 방을 따로 쓸 정도다"고 말했다.
분업 예외 지역에 있어 외래 조제도 맡고 있다는 울산지역 요양병원 B약사는 "일반 마트를 갈때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를 사용해도 꺼림칙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약사 업무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커지면서 그 피로도는 무시못할 정도로 쌓여있는 상황이다.
▲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사망자 현황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상적인 일상 생활은 포기한 상태다.
A약사는 "요양병원 약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며 "조심은 하고 있지만 일상 생활이 없다보니 일반 식당조차 쉽게 이용할 수 없고 대중교통도 개인 사정에 맞춰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B약사도 "가장 불편한 부분이 예전처럼 일상적인 친구모임이나 동창회 모임 등 생활은 일체 가질 수 없는 점이다"며 "가족이나 가끔 보는 정도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선 엄격한 방역지침을 준수해야해 상시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사용이 요구된다. 식사도 일렬로 앉아 상호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퇴근 후에도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약사들의 부담감이 적지 않다.
한편 23일 중대본이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297명 중 293명이 50~80세 고령층이다. 최근 2주간 코로나19 감염 경로를 보면 전체 645명 중 31명(4.8%)이 병원 또는 요양병원 등에서 발생했다.